“느그 외삼촌하고 통화한 지가 오래됐다. 할머니가 누르면 전화가 안 가. 전화 좀 해다오.” 이틀 전 엄마 아빠가 모두 외출하고 난 뒤 할머니가 손녀에게 부탁했다. 그녀는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외삼촌한테 전화 좀 해다오. 내가 하면 전화가 안 가.” 이틀 후 할머니는 다시 손녀에게 부탁했다. “응 할머니, 번호 어디 있어?”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수첩을 꺼냈다. 종이가 누렇게 바랜, 아마 손녀보다 긴 세월을 보냈을, 작은 수첩이었다. 손녀는 수첩을 받고 집 전화로 번호를 누른 뒤 신호가 가는 지 확인하자마자 바로 할머니에게 수화기를 건넸다. 그리고는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어, 아들, 통화한 지가 오래 됐고 해서 말이야. 그래, 잘 있고?” 손녀는 방에 있었지만 거실에 있는 할머니의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