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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부탁

“느그 외삼촌하고 통화한 지가 오래됐다. 할머니가 누르면 전화가 안 가. 전화 좀 해다오.” 이틀 전 엄마 아빠가 모두 외출하고 난 뒤 할머니가 손녀에게 부탁했다. 그녀는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외삼촌한테 전화 좀 해다오. 내가 하면 전화가 안 가.” 이틀 후 할머니는 다시 손녀에게 부탁했다. “응 할머니, 번호 어디 있어?”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수첩을 꺼냈다. 종이가 누렇게 바랜, 아마 손녀보다 긴 세월을 보냈을, 작은 수첩이었다. 손녀는 수첩을 받고 집 전화로 번호를 누른 뒤 신호가 가는 지 확인하자마자 바로 할머니에게 수화기를 건넸다. 그리고는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어, 아들, 통화한 지가 오래 됐고 해서 말이야. 그래, 잘 있고?” 손녀는 방에 있었지만 거실에 있는 할머니의 목..

우리는 모두 하루살이일까?

설날,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엄마, 아빠, 조카, 형부, 큰 언니, 작은 언니, 나. 다 같이 거실에 모여 엄마는 과일을 내 오셨고 작은언니와 나는 소파에, 큰 언니와 형부, 아빠는 과일이 놓여있는 작은 상을 둘러싸 앉아있었다. 아빠는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아빠의 주제는 늘 똑같다.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배부른 돼지가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회찬의 죽음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등등. 사람만 모였다 하면 이야기를 스멀스멀 시작한다. 이날의 주제는 이름하야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였다. “사람은 말이야 늘 대비를 해야 돼. 특히 요즘같이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간이 점점 할 게 없어진다 이 말이야. 나중에는 다 로봇이 해 먹을거라고. 그런데 ..

<당선,합격,계급> 장강명 4.5

예술가들이 활개칠 수 있는 공간, 대한민국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다. 그들의 기지와 개성을 꺾지 않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 나는 믿는다. 몇 시간 읽었는지 계산해봤더니, 대략 7시간 걸렸다. 400페이지인데, 무지 오래도 읽었다. 장강명의 글이 워낙 깔끔하고 잘 읽히는 글이어서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중간중간에 동어반복이라고 해야 할까, '앞에서 이 말 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이 들었던 부분도 좀 몇 번 있었다. 본격 책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장강명은 경쟁은 치솟고 신뢰는 떨어진 대한민국에서 한국문학 공모전의 현주소를 파헤쳤다. 공모전이 만들어내는 문턱증후군 현상(에서 빌려온 표현), 즉 공모전의 문턱을 넘은 사람만이 '검증된' 작가로 대접받는 현실을 조명하면서 장강명은 이를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

인생이 달라지는 '아침일기'

‘차를 마시며 아침에 일기를 쓴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누누이 말하지만 거창한 게 아니다.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타이탄들은 이렇게 말했다. “밤에만 일기를 쓰면 ‘오늘은 정말 스트레스 많았고 짜증나는 하루였어’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일기는 피곤한 하루의 마무리가 아니라 활기찬 하루의 시작을 위해 쓸 때 가장 효과적이다. 시작이 활기차면 하루가 몰라보게 달라진다. 밤의 일기 내용도 확 달라진다. 그런 하루가 모여 성공하는 삶이 된다.”’ 中 아침일기를 쓰고난 후부터 하루를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다. 을 읽고 아침일기를 알게 되었다. 저자는 아침일기가 삶의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정말 그렇다. 평소에는 오전 출근이던 오후 출근이던, 집에서 출발할 시..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_ 김정선 4.0

내 방 여행하는 법>을 다 읽고 뒷장의 해당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 목록을 보던 와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제목이 참, 내가 하는 말 같았다. 바로 다운로드를 눌렀다. 잠시 딴 얘기를 하자면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고 난 후부터 책을 ‘쇼핑’한다는 게 가능해졌는데, 이는 독서가들에겐 삶의 질을 바꿔놓을 정도로 대단한 혁신이다. 마치 온라인 쇼핑 하듯이 (엄연히 말하면 온라인 쇼핑이 맞다!) 마음에 드는 책을 장바구니에 마구마구 담는다. 심지어는 살까 말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저 다운받고 읽으면 된다! 내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고른 것처럼 단순히 제목이 흥미롭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읽는 시도를 할 수 있고(살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 책을 쉽게 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