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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하기 5 <자유론>

임월드 2019. 3. 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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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토론의 자유 2>

 

우리는 지금까지 네 가지 분명한 이유 때문에 다른 의견을 가질 자유와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인간의 정신적 복리를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정신적 복리는 다른 모든 복리의 기초가 된다). 그 내용을 다시 한번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첫째, 침묵을 강요당하는 모든 의견은, 그것이 어떤 의견인지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진리일 가능성이 있다. 이 사실을 부인하면 우리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음infallibility을 전제하는 셈이 된다.

 

둘째,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이 틀린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일정 부분 진리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일이 아주 흔하다. 어떤 문제에 관한 것이든 통설이나 다수의 의견이 전적으로 옳은 경우는 드물거나 아예 없다. 따라서 대립하는 의견들을 서로 부딪치게 하는 것만이 나머지 진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셋째, 통설이 진리일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하자. 그렇다 하더라도 어렵고 진지하게 시험을 받지 않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진리의 합리적 근거를 그다지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한 채 그저 하나의 편견과 같은 것으로만 간직하게 될 것이다.

 

네 번째로, 그 주장의 의미 자체가 실종되거나 퇴색되면서 사람들의 성격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선을 위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하나의 헛된 독단적 구호로 전락하면서, 이성이나 개인적 경험에서 그 어떤 강력하고 진심어린 확신이 자라나는 것을 방해하고 가로막게 되는 것이다.

 

의견의 자유에 대한 검토를 마치기 전에, 절제된 양식 아래 공정한 토론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상태에서만 의견의 자유로운 표현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이런 틀을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은 힘들다. 경험이 말해주듯이, 설득력 있고 강력한 비판을 받을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이 공격을 당한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다. 상대방이 강하게 몰아붙이는 바람에 제대로 대꾸하기 어려운데, 거기에다 조금이라도 감정 섞인 언사까지 구사한다면, 곧 부당한 비난을 퍼붓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것은 실제 상황에 비추어볼 때 아주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옳은 의견이라 하더라도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표현하면 심각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엄격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흔히 자제심을 잃은 토론이라고 할 때 독설, 빈정댐, 인신공격 등을 꼽는데, 논쟁의 당사자 모두에게 이런 것을 금지시킬 수만 있다면 그 같은 조치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저 통설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가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이 주목적일 뿐이다. 이에 반해 소수 이설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은 채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심지어는 그런 식의 공격을 가하는 사람에게 뜨거운 양심이니 정의의 분노니 하는 따위의 찬사를 보내기까지 한다.

 

논쟁이 진행되면서 통설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은 사악하고 비도덕적인 인물로 공격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최악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누구든지 시류에 어긋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런 비방과 중상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반적으로 소수인데다 영향력도 작고, 그들이 당하는 옳지 못한 일에 대해 당사자 외에는 관심을 가져줄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다수가 받아들이는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소수 의견, 부자연스러운 정도로 표현을 순화하고,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극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자기 입장을 밝힐 기회를 얻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결국 통설과 단 한 줄도 어긋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본래의 취지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통설을 따르는 사람들은 온갖 언어폭력을 다 동원해서 반대쪽 의견을 피력하지도 듣지도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진리와 정의를 위해 이러한 언어폭력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정통 신앙보다도 이교도에 대한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다.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들의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들어볼 수 있고 정직하게 평가할 수 있는, 그래서 그들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과장하지 않고, 또 유리한 것이라고 해서 결코 차단하지도 않는 사람은, 그가 누구든 또 어떤 생각을 가졌든 존경받을 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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