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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3

지하철, 스마트폰 좀비들

전철 안 노약자석이 아닌 일반 좌석에는 문에서 문 사이를 기준으로 총 6명이 앉을 수 있다. 나는 앉아 있었고 내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이 갑자기 하나의 풍경처럼 내게 다가왔다. 두 명은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꼭 쥔 채 잠들어있고 한 명은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지게 보며 스크롤을 올리고 있고 한 명은 계속 손가락을 왔다갔다 움직이며 화면을 응시하는데 피식피식 웃고 있다. 나머지 한명은 내가 이 글을 쓰는 사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가만히 앞을 응시하고 있다. 한 자리는 비어있다. 내 왼쪽 사람은 그 옆 사람과 떠들면서 틈틈이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람은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보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카톡을 몇 번하다 뉴스를 읽다,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스마트폰..

생각의 방 2019.02.16

할머니의 부탁

“느그 외삼촌하고 통화한 지가 오래됐다. 할머니가 누르면 전화가 안 가. 전화 좀 해다오.” 이틀 전 엄마 아빠가 모두 외출하고 난 뒤 할머니가 손녀에게 부탁했다. 그녀는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외삼촌한테 전화 좀 해다오. 내가 하면 전화가 안 가.” 이틀 후 할머니는 다시 손녀에게 부탁했다. “응 할머니, 번호 어디 있어?”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수첩을 꺼냈다. 종이가 누렇게 바랜, 아마 손녀보다 긴 세월을 보냈을, 작은 수첩이었다. 손녀는 수첩을 받고 집 전화로 번호를 누른 뒤 신호가 가는 지 확인하자마자 바로 할머니에게 수화기를 건넸다. 그리고는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어, 아들, 통화한 지가 오래 됐고 해서 말이야. 그래, 잘 있고?” 손녀는 방에 있었지만 거실에 있는 할머니의 목..

생각의 방 2019.02.15

우리는 모두 하루살이일까?

설날,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엄마, 아빠, 조카, 형부, 큰 언니, 작은 언니, 나. 다 같이 거실에 모여 엄마는 과일을 내 오셨고 작은언니와 나는 소파에, 큰 언니와 형부, 아빠는 과일이 놓여있는 작은 상을 둘러싸 앉아있었다. 아빠는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아빠의 주제는 늘 똑같다.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배부른 돼지가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회찬의 죽음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등등. 사람만 모였다 하면 이야기를 스멀스멀 시작한다. 이날의 주제는 이름하야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였다. “사람은 말이야 늘 대비를 해야 돼. 특히 요즘같이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간이 점점 할 게 없어진다 이 말이야. 나중에는 다 로봇이 해 먹을거라고. 그런데 ..

생각의 방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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