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방

지하철, 스마트폰 좀비들

임월드 2019. 2. 16. 00:29
반응형

 

 

 

  전철 안 노약자석이 아닌 일반 좌석에는

문에서 문 사이를 기준으로 총 6명이 앉을 수 있다

 

 

나는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이 갑자기 하나의 풍경처럼 내게 다가왔다.

두 명은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꼭 쥔 채 잠들어있고

한 명은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지게 보며 스크롤을 올리고 있고

한 명은 계속 손가락을 왔다갔다 움직이며 화면을 응시하는데 피식피식 웃고 있다.

나머지 한명은 내가 이 글을 쓰는 사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가만히 앞을 응시하고 있다. 한 자리는 비어있다.

 

 

내 왼쪽 사람은 그 옆 사람과 떠들면서 틈틈이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람은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보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카톡을 몇 번하다 뉴스를 읽다,

마트폰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다른 이들 눈에는 카톡을 하고 있는 건지 게임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를 일이다.

그저 스마트폰을 하는 20대로 보이리라.

우리 모두가 그렇다.

 여섯 자리에 앉은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무얼 하는지 모른다.

다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는 사실만을 알 뿐이다.

 

 

그렇다면 지하철에 있는 우리 모두는 스마트폰 좀비들일까?

 

 

가끔 기사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다보면 나는 얼마나 스마트폰에 중독되었을까? 테스트해보기

혹은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등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전철 내부 상단 광고 배너에 앵그리버드는

스마트폰만 보지 말고 책 좀 보라며 꾸짖고 있다.

 

 

그런데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스마트폰만 보는 이유가 뭘까?

이유는 하나다.

스마트폰으로 대단히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일들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스마트폰을 볼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특히 시간과 공간이 제한되어 있는 지하철에서

노트북을 할 까, 춤을 출까, 노래 연습을 할 까?

스마트폰은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기에 최적화된 기기이다.

 


나 역시 스마트폰으로 많은 것을 한다.

 기사, 채팅, 글쓰기, 독서, 영상, 공부 등. 매일 지하철에서 다른 것을 한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가 지하철에서 매일 나와 마주치게 된다면,

그는 나를 스마트폰 중독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난 항상 다른 것을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삼 시 세끼 꼬박꼬박 밥 먹는다고 음식에 중독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답하기도 민망하지만, 없다.

그만큼 스마트폰이 우리가 먹고, 일하고, 소비하고, 공유하는 모든 활동 수단의 집합소가 되었다.

 특히나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스마트폰을 하기 매우 좋은 공간이다.

가만히 앉아서 혹은 서서, 내 할 일을 하면 된다.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고 나도 그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역에 도착하면 바로 그 상태로 나가면 된다.

 

 

그러니 지하철에 들어서 고개를 숙이고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해서,

쯧쯧, 스마트폰이 사람 잡아 먹네와 같은 탄식은 하지 말자.

  싸그리 잡아 묶는 짓은 어떤 경우에도 본인에게 좋지 않다. 

 

 


스마트폰 좀비들,

그들은 엉덩이만 겨우 들어가는 그 좁은 지상에서 

무한 팽창의 우주 여행을 하고 있는

좀비들 맞다. 

 

반응형

'생각의 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퇴사, 그 후 일상 (퇴사후에 할 일은..)  (0) 2019.02.18
글쓰기의 시작은 어떻게?  (0) 2019.02.18
할머니의 부탁  (0) 2019.02.15
우리는 모두 하루살이일까?  (0) 2019.02.14
퇴사, 한 달 남았다.  (0) 2019.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