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방

퇴사, 그 후 일상 (퇴사후에 할 일은..)

임월드 2019. 2.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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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애 캐릭 그루뜨

 

 

열정은 삶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지금 하고있는 일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좋은 피드백을 주고 자립심을 발휘하게 하며

더 큰 세상에 자신이 기여하게 만드는지와 같은 이성적인 측정 기준이 필요하다

타이탄의 도구들 中

 

 

 

 

퇴사 이유가 고작?

 

퇴사하고 보름이 지났다.

근무 마지막 날까지 기분이 싱숭생숭했는데,

막상 다음날이 되고, 그 다음 다음날이 되고...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잘 보내고 있다.

워낙 벼르고 별렸던 퇴사였는지라 후련한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론 3년 동안 일했던 회사를 떠났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니,

 매일 보던 사람들도 한순간에 내 영역에서 벗어난,

존재하지 않는사람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다.

 

 

3년 동안 참 고생 많이 했다는 생각에 하루 이틀 정도는 푹 쉬기로 했다.

하루 이틀이라니, 내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가?

사실 더 쉬기는 했다. 하지만 난 쉬려고 그만 둔 것이 아니다.

무기한 쉬는 시간을 줄 순 없었다.

 퇴사 한 달 전부터, 회사를 나온 후 이리저리 빈둥대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계획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늘어지고 선택을 못하게 된다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들을 바로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작업으로 쪼개 계획을 세웠다.

 

 

가볍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분야,

스페인어와 글쓰기를 바로 실행으로 옮겨 시작했다.

퇴사하기 전부터 조금씩 하고 있었지만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시간을 제대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 일들은 당장 수입을 내는 일도 아니고 바로 어디를 들어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적어도 6개월 이상은 되어야 효과를 보는 일이며,

혹은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더욱이 어느 특정한 직업을 겨냥하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에게 믿는 구석이 있다.

글쓰기와 스페인어가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 직감이다.

 

 

누군가는 결국 그거 하려고 일을 그만둔 것이냐’고 할 수 도 있다.

일하면서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변명아닌 변명을 하자면, 병행할 수 없었던 이유는 직장의 근무형태 때문이었다.

쉬프트 근무제로, 매일 출퇴근 시간이 다르고 주말에 쉬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번 랜덤으로 쉬는 형태였다.

그러다보니 하다못해 학원 하나라도 고정적인 시간을 내어 다닐 수가 없었고

매일 달라지는 수면시간으로 생체리듬이 망가져있었다.

나에게는 이런 근무형태의 특수성이 있었다.

이렇게 자신의 근무 형태에 따라 퇴사를 계획(?)해보면 좋을 것같다.

 

 

내가 포커스 한 것은 최대한 빨리 이직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회사를 목표로 스펙을 쌓는 것도 아니었다.

 

인생을 멀리 봤을 때, 내가 지금 하지 않으면 결국에 후회할 일들을 찾고

그것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었다.

 

꼬박꼬박 월급을 주는 회사 안에 있는 한, 내 일에 오롯이 집중을 할 수 없고

머지않아 회사의 편안함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일을 시작하려면 일종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이 나에게는 퇴사였다.

 

발에 불똥이 뛰면 살려고 막 뛰듯이,

그런 상황으로 나를 몰고싶었다.

 

 

후회? 조금이라도 한 적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지라도, 나는 나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가끔은 어떤 것을 그만 두는 것만으로도 기회를 만든 것이 된다.

 

사람마다 퇴사의 이유가 다를 것이다.

그 이유를 확실히 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퇴사를 저지른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그 후의 해결책도 본인이 만들고 진두지휘하며 나아가야 한다.

 

지금은 나의 생체리듬을 어느정도 건강히 되찾았으며

내가 하기로 마음먹었던 활동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붓고 있다.

 

백수 되서 제일 좋은 점은,

내가 배우고 싶은 무언가가 생겼을 때 고민하지 않고 바로 그것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내 삶의 방향, 내 삶의 리듬

 

‘5개국어하는 심리마케터’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심리와 마케팅을 그냥 합친 건데, 있지 않을까?

요즘같이 창조경제 시대에 없는 직업이 어디 있으랴.)

 

나의 꿈은 많은 사람들이

삶의 가치와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현재 속해있는 공동체, 내 주변 지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을 해주기는 한다.

얘기를 하다 누군가가 나 고민이 있어라고 말하면,

마치 중학생이 수업시간에 졸다 선생님 첫 사랑 얘기에 눈이 번뜩 떠지는 것처럼 뇌에 전구가 켜진다.

그만큼 나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저자는 크게 생각하라고 했다. 나도 한번 크게 생각해봤다.

 

전 세계 청년, 청소년들의 상담가되기

마케팅과 심리학의 전문가 되기

‘5개국어하기

‘30시간 살기

 

아무래도 30시간은 못 살 것 같다.

 

 

그렇다면 혹자는 삶의 가치와 방향을 설정하도록 도와주는 것과

글쓰기, 스페인어를 하는 것은 무슨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겠다.

일일이 설명할 생각은 없다.

다만,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글쓰기만을 연습하는 게 아니며,

언어를 배운다는 것도 단순히 언어만을 배우는 게 아님을 일러두고 넘어가려 한다.

 

 

5개국어를 하기 위해 스페인어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제일 배우기 쉽고 스페인어를 마스터하면 다른 유럽 언어를 배우기도 쉬워진단다. 그 외에 나의 큰 그림을 실현하기 위해 세운 목차들이다.

 

‘<프렌즈> 하루에 에피소드 한 편 섀도잉

‘<Extra en espanol> 하루에 에피소드 한 편 섀도잉

‘busuu 어플로 하루에 레슨 하나씩 진도나가기

일주일에 책 두 권 읽고 서평쓰기

하루에 두 장 글쓰기

'데이터 사이언스 배우기(학원 수강 알아보기)'

 

 

처음에는 세우고 난 목표들이 너무 빡세 보였다. (실제로 빡세다)

내가 저걸 하루에 다 할 수 있을까?', '중간에 지치지 않을까?’

독서는 몇 시에 하고 스페인어는 몇 시에 하고, 순서는 또 어떻게 하고 또 언제 쉬고...

이런 생각들에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이러다 계획만 세우다 진이 빠질까 더럭 겁이 났다.

일 그만두기 전부터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나를 상상하며 행복해하곤 했었는데...

저는 2시에는 꼭 독서를 해요~ 그래야 책이 잘 읽히더라고요.

그 다음엔 꼭 차를 한잔 씩 마신답니다. 호호호.’

이런 말을 하고 다니고 싶었던 것일까.

 

 

정신을 차리고 규칙과 계획에 대한 집착에서 나왔다.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

시작 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런 규칙적인 리듬을 바라는 것은

내 몸에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내가 하루에 다 할 수 있고 못 하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일단 하기로 했다. 다 못해도 상관없다.

 순서도 매일 다르다. 글쓰기를 제일 먼저 시작했는데

그것을 하느라 시간을 다 써버렸다면 다른 목차는 조금만 해도 괜찮다.

어느 날은 하루종일 독서만 해도 괜찮다.

일단은 이렇게 시작했다.

 

 

보름이 지났다. 이 보름동안 나에 대해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1. 나는 8시에 일어날 때 보다 9-10시에 일어날 때 하루를 더 맑은 정신으로, 잘 보낸다.

2. 기상 후 제일 먼저 독서를 하면 졸리다, 그러나 글쓰기를 제일 먼저하면 뇌가 활발해진다.

3. 책은(특히 소설) 앉은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는 게 속 편하다.

 

 

등등 이 외에도 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삶에 패턴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내 몸이 리듬을 찾아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계획을 먼저 세우고 그것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고

내 역량(내가 하루에 몇 가지를 할 수 있는지)과 집중도(한번에 얼마동안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

그에 맞춰 하루를 사는 것이다.

내가 퇴사하고 보름동안 깨달은 첫 번째.

 나를 아는 것. 나만의 리듬을 갖는 것.

 

 

 

내 몸의 리듬에 맞춰 하루를 준비한다면

 매일 무언가를 달성하고 실천하는 일이 점점 수월해질 것이고,

 성실히 그 리듬을 따라간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역량도 늘어날 것이다.

 

 

  

퇴사를 했다면

 

상황은 유연하게 하루는 성실하게

 

매일 순서도 다르고 하는 분량도 다르지만,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언어를 배우며 무언가를 공부한다.

희미하게, 흐릿하게, 아주 천천히, 매일 패턴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나를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서서히 규칙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규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규칙을 만들고 있다

계획에 대한 강박속에서 나오지 못했다면 똑같은 일을 괴롭게 했을 것이다.

퇴사하기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귀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다니.

 

 

퇴사를 하고 난 후와 같이, 아무것도 나를 강제하지 않는 상황에선

유연하게 사고할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스스로를 옥죄기 쉽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바쁘게 보내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생각에

처음에 설정했던 본인의 다짐을 잊어버리고 불안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퇴사를 했다면, 본인이 처음에 퇴사를 결심했던 이유를 잊지 않고,

 매일을 실천과 성실의 하루로 보내야 한다. 

무엇이든 시작했으면 그것에 의심을 갖지 말고 부정이든 긍정이든 확신이 들 때 까지 멈추지 말자.

 

 

퇴사를 고민한다면

 

고민은 신중하게 선택은 확실하게

 

시작하기 두렵다면 _ 강력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Q&A’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퇴사 후의 불안한 미래에 어떻게 대처할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다.

각각 질문에 답하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선명히 보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백수는 '아침일기'를 써야한다. 

아침일기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인생이 달라지는 아침일기'를 읽어보시거나

도서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아침일기 파트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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