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방

퇴사, 한 달 남았다.

임월드 2019. 1. 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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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흔들린 끝에 내린 결정은 그 무엇보다 단단하며 뒤돌아보지 않게 한다.

 

3년 동안 몸 담아왔던 회사를 1월 말에 그만둔다.  퇴사. 이 결정을 하기까지 1년을 넘게 고민했다. 정확하게는 결정을 계속 미뤄왔다고 하는게 맞겠다. 마음속으로는 퇴사 퇴사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나 정확히 내가 왜 퇴사하고 싶은지, 넥스트 플랜이 있는지 확신이 안 선채 충동적으로 그만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내 자신이 바보같고 한심했다. 속에서는 자꾸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지만 ‘당장 그만두면 뭐 하지?’라는 질문에 확실하게 답하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첫 직장에서의 3년이란 기간은 짧지 않다. 더군다나 승진을 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퇴사 후 진로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나’를 중심으로 마인드 맵을 그려봤다.

 


내가 현재, 대학생 때 그리고 중·고등학생 때 부터 가볍지만 지속적인 관을 보였던 것들을 중심으로 키워드를 정리했다.

이렇게 세 가지 갈래가 잡혔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독서노트와 일기를 꾸준히 써왔다. 글쓰기는 내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 이제는 혼자를 위한 글쓰기가 아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

스페인어는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배우고 흥미를 느꼈다. 5개국어를 하고 싶은데, 스페인어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심리학은 어떻게 진로와 연결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나의 삶을 다시 꾸려나갈 생각이다. 처음에는 뭔가 대단하고 거창한 플랜이 있어야지만 ‘회사를 그만둘 자격이 있다’며 나에게 압박을 주었다.

“너 구체적으로 무슨 일 할 건데? 정해 빨리!”

아직 정해진 ‘직업’은 없다. 직업을 정하는 것이 내 진로를 정하는 게 아니다. 내가 실현하고픈 ‘가치’, 하고 싶은 ‘활동’이 있을 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즐겁게 일했다. 스트레스 받는 일도 거의 없었고 팀워크도 매우 좋았다. (아직 안 그만뒀는데 과거형으로 쓰니 뭔가 모르게 슬프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냥 그것에 만족해하면서 승진을 기다리며 일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괴로웠다. 그냥 버티는게 잘 안되더라.

 

'누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냐?'라고 말할 테다. 그럼 난 이렇게 답할 테다. "적어도 하기 싫은 일을 내 일상의 주가 되게 하진 않겠다"고.

 

내가 가진 삶의 가치는 '사랑', '사람' 이다. 사람들에게 사랑의 힘을 심어주고 그들이 자신만의 역량을 발휘해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서포터 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한 때는(사실 지금도 좀 남아있다) 내 이름의 도서관을 만들어 전 연령대의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을수 있도록 전폭 지원한다거나, 창작자들에게 공간을 대여해주며 그들을 도와주는 꿈도 있었다. 당장 할 수 있는 형편도 안 되고 깜냥도 안 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려 한다.

1년을 망설였다. 퇴사. 이 결정을 하기까지 내 머릿속에 yes or no가 수십 번 왔다 갔다 했다. 계속 다니면 혹은 그만두면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최악의 시나리오(생계유지를 위해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것, 생각만해도 끔찍하긴 하지만 최악이라도 굶어죽진 않을 것이다.)까지 생각해보며 이것저것 따져봤다.

답은 늘 똑같았다. 이걸 깨닫는게 1년이 걸렸다니.

'어쩌면 1년이나 걸릴 만큼 중대하고 큰 용기가 필요한 결정을 내린거야.' 작게나마 위로해본다.

이토록 나를 들들 볶으면서 얻은 결과이자 결정이다. 후회도, 돌아볼 일도 시간도 없다.

그만두고 나면 수입이 없거나 알바를 구한다 해도 적어질 것이다. 그동안 번 돈으로 어떻게든 버티면서 장거리 달리기를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지. 이 불안한 앞날이 왜 이렇게 설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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