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방

읽은 책이 기억이 안 난다

임월드 2019. 1. 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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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이 기억이 안 난다

 

나는독서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완독하는 책은 한 달에 두 권 정도, 읽다 중간에 그만 둔 책이 늘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독서가라고 부를 만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나에게 자부심이 깨지는 순간이 있다. 

목표 권수를 못 채웠을 때? 생각보다 읽은 책이 많이 없다고 느낄 때?

 

 모두 아니다. 

 

읽은 책들을 떠올릴 때 혹은

누군가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기억을 하지 못하는 순간이다. 

 

분명 읽었는데 정확히 무슨 내용의 책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상대방이 책의 한 부분을 얘기하는데 그런 부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읽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내가 그 책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겠으며

나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 짝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나름 정성들여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랄까.

 

 

 

 기억이 안 나도 괜찮은가? 


 

기억이 안 난다면 그 책은 안 읽은 책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 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알아보고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기억 안 나도 문제없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이렇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암기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한번 들어온 정보는 까먹을 수도 있는 것이 정상이다.

 

말이 좀 모순적이긴 하지만 우리 뇌는 우리보다 똑똑해서 아무 정보나 다 기억해두지 않는다.

 효율성을 따지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암기를 해도 까먹지않나?

 

 그러니 다 기억해 내기를 원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고 집착이다.

기억이 안 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뇌에 인상적이지 않았거나,

흔한 정보였거나, 우리가 대충 읽었다는 뜻이다.

 

 

또 생각해봐야 할 것은 책을 읽는 목적이다.

 나는 기억하기 위해 독서를 하는가?

 아니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이유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누어진다. 

문학, 즉 소설을 읽는 이유는 그 자체에 푹 빠지기 위해서다.

 즐거움 그 자체가 목적이라 할 수 있다.

 

. 다양한 캐릭터와 사건들 속에서

내가 아닌 존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체험을 하는 것은

나에게 즐거운 일이다. 

 

비문학은 책에 따라 목적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지식 습득과 배움을 실천하며 인생의 지혜를 쌓기 위해 읽는다.

 지식과 지혜는 말 그대로 체화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명언을 외운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독서를 통해 진짜 얻어야 하는 것은


 

<소피의 세계>를 읽고 구체적인 사건 전개가 어떻게 되었고

결말은 어땠는지 자세히 기억 못 한다. 

지만 주인공 소녀가 늘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였다는 것,

 그 아이를 이끌어주는 지혜로운 자가 늘 함께였다는 것을 안다.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내용에 대한 기억보다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한 깨달음은 특히 책에 푹 빠지는 경험을 할 때 더욱 진실되게 다가온다.

그 경험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도 무의식속에 그 경험은 여전히 살아남아

알게 모르게 나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흔히 겪을 수 없는, 그토록 황홀한 경험을 가능케 해주었다면

 그 책이 어떻게 나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기억이 잘 안 난다 해도

 그 사실이 독서에 대한 주저함이나 유용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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