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연습

최고급 호텔의 바퀴벌레 (글쓰기연습 642)

임월드 2020. 8. 22. 17:18
반응형

<글쓰기 좋은 질문> 34번째 질문 

최고급 호텔의 바퀴벌레

 

 

최고급 호텔의 바퀴벌레는 두 발로 서서 걸어다닌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자신들만의 통로로 다니지만, 최고급 호텔답게 항상 턱시도 복장으로 다닌다.

그것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화장실 수도관 관리다.

호텔 곳곳에 연결되어 있는 파이프라인 내부를 돌아다니며 위생을 관리한다. 기생충이나 각종 벌레들이 수도관 내부에 돌아다니는지 감시하며 발견 즉시 더듬이에 장착되어 있는 살균 장치로 벌레들을 그 자리에서 소멸시킨다.

호텔의 바퀴벌레들은 철저하게 훈련받은 고급 인력이다. 따라서 바퀴벌레들은 스스로를 애벌레, 날파리, 기생충과는 다른 종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훈련받은 대로 24시간 동안 교대를 서가며 다른 벌레들의 수도관 침입을 막기 위해 엄격히 관리감독한다. 그런데 이 바퀴벌레들은 무엇을 위해 동종애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인간들에게 복종하는가? 자기들과 비슷한 크기, 삶의 방식, 체취를 가지고 있는 벌레들을 멸살하면서까지 말이다. 그 이유는 바로 최고급 호텔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 때문이다. 딸기 케이크, 신선한 오렌지 소스가 곁들여진 야채 샐러드, 초코 무스가 버무려진 젤라또. 일개 벌레의 신분으로는 냄새도 맡아볼 수 없는 최고급 음식을 바퀴벌레들은 지급 받는다. 이 음식들은 그것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생존 때문이 아니라, 이 사치를 누리기 위해 바퀴벌레들은 인간과 협조한다.

하지만 세상의 법칙이 그러하듯이 늘 범주에서 이탈하는 개체들이 있기 마련이다. 일부 바퀴벌레들은 고된 노동으로 끼니가 지급되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들이 지켜야 할 수도관을 벗어나버린다. 정확히는 주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수도관 쪽으로 향한다. 싱크대 하수구를 통해 올라와 자신들이 평소에 즐겨 먹던 음식을 향해 자신의 몸을 던진다. 바퀴벌레들은 고도로 훈련되었다는 사실을 말한 적이 있다. 요리사는 음식 셋팅을 끝내고 완료됐음을 알리기 위한 벨을 울린다. 이 때 웨이터가 음식을 가져오기까지 3초가 걸리는데, 이 시간이면 바퀴벌레들이 사치를 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3초 안에 모든 작업은 끝난다. 그것들은 다시 주방의 하수구를 통해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간다. 최고급 호텔다운 철저한 관리가 아닐 수 없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