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연습

확률과 희망 (글쓰기연습 642)

임월드 2020. 8. 2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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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은 질문 642> 55번째 질문

돈뭉치를 발견하다

 

 

 

누구나 그런 꿈을 한 번 씩 꾼다. 지나가다 돈벼락 한번 맞아보는 꿈.

실제로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다들 그런 기사는 가끔씩 봤을 것이다.

길을 가다 돈다발을 주은 사람, 현금이 두둑히 들어있는 지갑을 주은 사람.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분명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기사에 나왔다는 것은 주은 사람이 경찰서에 되돌려줬기 때문일 것이고 기사에 나왔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찰에 알리지 않고 줍줍한 익명의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어쩌다 한 번씩 기사로만 접할 수 있는 수준의 기적같은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물론 길가다 돈다발을 줍는 일에 희망을 건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신 그들은 로또를 한다. 매일, 매주 5000원, 10000원의 돈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쏟아 붓는다. 돈벼락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말이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길에서 돈다발을 주을지도 모르는 기대감으로 바닥 곳곳을 살피며 걷는다고 생각해보자. 어느 누구도 이를 '그럴싸한' 행동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그냥 정신 이상한 미친놈으로 볼 게 뻔하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지나가던 길에서 돈뭉치를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마음과 랜덤으로 뽑힌 여섯 자리 숫자의 순서가 내가 찍은 숫자와 똑같기를 바라는 마음.

왜 전자는 정신나간 짓이고 후자는 그렇지 않은가? 둘 다 0에 수렴하는 확률 따위에 기대하며 자신의 일부를 소모한다는 사실은 똑같은 데 말이다.

어쩌면 매일 돈 주을 궁리로 땅바닥을 살피며 걸어다니는 것이 더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경쟁자는 없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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