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연습

어른이 되고 싶다 (글쓰기연습 642)

임월드 2020. 9. 1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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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은 질문 642> 58번째 질문

 

내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출처 unsplash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다. 세상은 재밌는 것으로 가득차있어 아이를 좀처럼 심심하게 놔두지 않는다.

비오는 날 길에 고여있는 물 웅덩이는 가장 재밌는 놀이거리 중 하나다. 첨벙 첨벙 밟고 지나가는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비가 쏟아지면 맞는다. 속눈썹까지 흠뻑 젖어 눈을 뜰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맨 손으로 얼굴 세수를 하면 된다.

한 여름 푹푹 찌는날이면 땀을 뻘뻘 흘리며 빠삐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된다.

길가의 풀잎 사이로 작은 생물이라도 보이면 가던길을 멈춘다. 초록색 생물이 팔다리를 움직이는 모습, 어디로 향하는지, 무얼 찾는지 모든 게 궁금해진다.

그 초록색 생물 하나 때문에 몇 시간 쭈그려 앉아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집에 와서는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를 떠올려본다. 길거리에서 신나게 달렸던 것,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것, 귀여운 초록 생물체를 발견한 것.

나머지 일을 떠올릴 틈 없이 꼬까닥 잠이 들어버린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의 삶은 이렇다.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멈추고, 직관대로 행동하고 말한다.

직관이나 느낌 보다 사사로운 생각이나 걱정을 더 중요시하고 그것들에 휘둘릴 때 내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사회가 부여한 틀, 역할에 나를 맞추기 위해 내 직관을 무시하는 것. 또 직관에 대한 무시 때문에 오는 내면의 혼돈, 번뇌를 감당해야 할 때 나도 별 수 없는 대한민국 성인임을 느낀다.

 

내 인생에만 오로지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쳐다도 보지 않는 것. 고귀하고 품위있는 삶에 대한 정의를 해놓고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며 타인의 삶을 판단해버리는 것.

어른이 되어갈수록 머리에 든 게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선입견과 편견도 많이 생긴다. 삶의 기쁨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에만 관심을 둔다.

삶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선 선입견과 편견이 필요없다.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선입견과 편견 덕분에 이 험난한 세상에서 어른들이 각자 자기 몫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이는 그날을 충실하게 그리고 매우 즐겁게 살아간다. 어른은 그날을 충실하고도 걱정스럽게 살아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걱정이 많아진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존력은 날로 갈수록 상승하지만, 말 그대로 생존만 하는 것일뿐 삶을 영위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좀 더 책임지기 위해 걱정하고,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며, 다시 정신차리고 빠져 나오려고 노력하고 있는, 어른인 내가 좋다.

하지만 나는 단지 숨만 쉬며 목숨을 이어가는 존재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되고싶다. 자연이 주는 것들을 누리고 탐색하며 얻는 기쁨을 느끼면서도, 때로는 이 삶이 던져주는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걱정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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