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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3.5

임월드 2019. 2. 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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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 사람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 궁금해 책을 샀다

(밀리의 서재에도 있었지만 유시민 작가의 책은 밑줄을 그으며 읽고 싶었다).

 

 

죽음

 

시작부터 100쪽 넘게 죽음만 얘기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속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죽음의 얘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이 상황에

내가 적지 않게 당황한 이유는,

첫째는 사는 것과 죽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고,

두 번째로는 100쪽 가까이 책장을 넘기는 내내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을 머릿속에 되뇌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래야 했다.

저자는 계속 죽는다고 얘기한다.

나도 죽는단다. 우리 모두 죽는단다. 계속 얘기한다.

나는 그걸 읽는다.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점점 깨닫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곧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것인가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저자는 젊은 청년들은 죽음을 자신과 먼 미래의 일처럼 반응한다고 말한다.

맞다. 나는 젊고 죽음이 아직 내 일 같지 않다.

나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을 피하고 싶어

애인에게 승용차도 사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농담 반 진담 반이다)

 최대한 늙을 만큼 늙어 죽어도 괜찮다 생각이 들 때 죽고 싶다.

죽음은 피하고 싶다. 사고로 인한 죽음은 절대.

하지만 나도 안다.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는 것을.

 죽음을 가끔씩 애인과 얘기해보긴 하지만 생각만 해도 슬프고 가슴이 아려서

 계속 얘기를 이어나가는 데 항상 실패한다.

100쪽 가까이 책의 초반을 읽으면서 죽음을 의식 밖으로 계속 꺼내 놓아야 했다.

내가 중년, 노년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고 ...

이 모든 것들을 계속 생각해야 했다.

나는 살고 싶은데! 죽음을 생각해야 잘 살 수 있다니! 너무해!

 

 

 

바람직한 삶의 조건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

 

 

가장 바람직한 삶은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이 설계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칸트가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이 추가된다.

첫 째, 자신이 세운 준칙이 보편적 법칙이 되어야 한다.

둘 째, 어느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

 두 가지 테두리에서 벗어난다면 아무리 자기 자신이 행복하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자유를 해치게 되니,

그 사람의 삶은 바람직하거나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행복한 삶의 조건

 

우리의 삶을 채우는 것은 , 사랑, 놀이이다.

우리는 이 세 가지 영역에서 의미를 찾고 행복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는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했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저자는 일, 사랑, 놀이에서 의미를 찾지만

인간은 또한 연대를 해야만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사랑, 놀이에서 연대를 실천할 수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연대 그 자체를 새로운 분류로 넣었다.

예를 들어 동물 보호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세금을 내고 독거노인을 돕고

정기적으로 봉사단체에 후원을 하는 것이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연대는 무엇일까?

4년 째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독서 모임의 회원들은 모두 공통된 삶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책은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고 계속 생각하게 하고

성장하게 하며 깨닫고 겸손하게 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나는 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단순히 공동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독서모임에서 나는 사랑과 선과 나눔의 에너지를 얻는다.

그리고 내가 아는 지인들에게 이 모임에 들어올 것을 추천하고

그들도 참여하게 만든다.

이 모임에서 에너지를 얻어 책을 읽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좋은 사람들은 좋은 모임을 만들고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데리고 온다.

그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확장되며

좋은 사람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그 에너지를 표출하고

다른 이들에게 전염시킨다.

나도 그러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성공적인 삶의 시작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는 것,

 그러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한다.

하루의 반을 일하는 시간에 써야 하는데,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에 그 시간을 쏟아 붓는다면

 당연히 성공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성공이란 본인이 만족하는 삶이다.)

꼭 좋아하는 것이 아니어도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면

절반의 절반은 성공한 걸까?

 나는 최근에 다닌 직장에서 일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즐기면서 일했다.

직원들과의 수평적인 관계, 자유로운 분위기,

어떤 일을 내가 리드하고 직원들과 함께 이루는 과정들을 즐겼다.

하지만 나는 그만두었다.

일 자체에서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을 좋아하지 않아도 그 일을 즐길 수는 있다(내가 경험했다).

 하지만 단순히 즐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일을 진정 좋아해야만 지속할 수 있다.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을 해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위로는 딱 거기까지, 그 다음은 나의 선택· 나의 몫

 

 

사실 나도 최근에 대유행처럼 방송에서, 책에서, 강연에서

힐링이란 바람이 이리저리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현상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지금도 에세이 베스트셀러 매대에는

‘~해도 괜찮아하는 식의 위로하는 책들이 즐비하고 있다.

사실 그런 힐링책들은 내 흥미를 끌지 않아 대충 훑어보기만 했고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다.

 그렇게 주목할 만한, 내 머리를 깨부수는 그런 내용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서 읽지 않는다.

 

 

나는 내 애인도 그렇고, 지인이 고민 상담을 해오면

 음 그랬구나, 에구, 그래그래, 괜찮아, 토닥토닥이러고 끝내지 않는다.

함께 고민한다.

우리 모두가(상담자와 나)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본인의 마음과 생각을 바꾸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경우에(99%로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똑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잡지 않도록,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스스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순한 위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내일 똑같이 우울하더라도 지금 당장 위안 받고 싶다면,

 옛다 위로.

 

 

저자는 위로에 관하여 말한다.

어떤 이야기가 위로와 치유의 효과를 내는지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자기의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타인의 위로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는 사회나 국가가 찾아주지 않는다.

찾아줄 수도 없고, 찾아주어서도 안 된다.

각자 알아서 찾아야 한다.

찾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그 사람 자신에게 있다.”

 

이 말을 하며 저자는 말이 냉정해진다고 덧붙였는데,

이 말을 듣고 냉정하다고 상처받는 성인이 있다면,

 어찌 해야 좋을까.

그런 사람이 없기를 빈다.

 

 

인생은 전인미답. _ 본인이 한 선택을 정답으로 만드는 것

이 표현은 박웅현의 <여덟단어>에서 빌려왔다.

 

 

저자는 어떤 것도 진리처럼 얘기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성공하고 행복한지 말하지 않는다.

 말 할 수도 없다. 그런 공식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한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그것을 토대로 일을 즐기고 사랑하고 놀고 연대할 때

행복하고 바람직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엇을 할 때 자신이 행복한지, 자신의 어떤 역량으로 사회에 기여 할 수 있는지,

자신은 어떤 신념을 갖고 있는지,

사랑하며 살고 있는지,

무엇을 하며 연대에 참여하고 있는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으며 고로 모든 자신의 길이 정답이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그럴싸한 정답같이 보이는 길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하루 빨리 자신만의 삶을 설계하자.

 

 

새롭지는 않지만 진부하지 않은.

 

 

책의 내용 대부분은 내가 이미 알고 있거나

경험했거나 많이 주워들었던 내용이다.(유시민 작가의 개인사를 제외하고)

밑줄도 치고 노트에 메모도 하며 읽어서 읽는 시간은 적지 않게 걸렸지만

새로운 내용은 크게 많지 않아 빠르게 넘기면서 읽은 것 같다.

좋았던 것은 중간 중간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고 다양한 책들에서 정보를 빌려왔다는 점이다.

틈틈이 나의 지적 욕구도 채워주었고

 다양한 책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좋았다.(유시민 작가도 읽었는데,

거기에 자료로 인용까지 했으니 꽤 괜찮은 책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죽는다는 것, 나도 안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 나도 안다.

진부할 뻔 했지만, 그 사이사이에 자신의 개인사와

다양한 연구 자료와 과학적인 사실을 곁들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비행기가 추락하기 10분 전 상황을 상상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장면이었다.

이 때 느꼈다.

이 선생님, 죽음에 정말 대비하고 계시는구나.

그리고 나도 알고 있는, 나도 죽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내게 들이밀었다.

 내게 독촉했다.

 ‘죽음을 어서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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