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비문학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_ 김정선 4.0

임월드 2019. 2. 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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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좋은데... 표지 누가 만들었어..

 

 

 

<내 방 여행하는 법>을 다 읽고 뒷장의 해당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 목록을 보던 와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제목이 참, 내가 하는 말 같았다. 바로 다운로드를 눌렀다.

 

잠시 딴 얘기를 하자면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고 난 후부터 책을 쇼핑한다는 게 가능해졌는데, 이는 독서가들에겐 삶의 질을 바꿔놓을 정도로 대단한 혁신이다. 마치 온라인 쇼핑 하듯이 (엄연히 말하면 온라인 쇼핑이 맞다!) 마음에 드는 책을 장바구니에 마구마구 담는다. 심지어는 살까 말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저 다운받고 읽으면 된다! 내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고른 것처럼 단순히 제목이 흥미롭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읽는 시도를 할 수 있고(살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 책을 쉽게 읽을 수 있게 되니 이런 뜻밖의 선물 같은 책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밀리의 서재에 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책의 저자는 20년 넘게 교정 교열 일을 해왔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글을 쓸 때 흔히 실수하는 것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불필요하거나 이해를 더 어렵게 하는 조사, 부사, 접미사 등 또는 완전히 잘못된 사용이지만 우리가 습관적으로 쓰는 비문들 등을 다룬다.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이러한 정보와 지식의 나열이 이 책의 전부가 아니라, 중간 중간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함인주씨와 메일로 주고받는 대화이다. 저자는 두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전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니까, 마치 국어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문법을 가르치다가 애들이 졸지 않도록 중간 중간에 자기 얘기를 집어넣는 달까.

 

저자는 최대한 깔끔하면서 이해가 분명하게 되는 문장 만들기에 집중하여 설명한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움이 정말 많이 될 것이다.

 

예시들을 통해 나에게 도움이 될 책인지 판단해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이 책의 매력은 함인주씨와 저자와의 이야기다. 이건 직접 읽어야 한다.

 

 

북마크

 

1.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 안에 깃들여 사는 주어와 술어다.

 

항상 깨끗한 상태에 있었다. -> 늘 깨끗한 상태였다. /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다.

 

이 문장에서 '있었다'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주어와 술어가 원할 때가 아니라면 괜한 낱말을 덧붙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2.

그 제안에 대한 검토가 있을 예정이다. -> 그 제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검토는 하는 것이지 있는 게 아니다. 주체가 드러나는 것이 부담스러워 이런 검토를 주어로 만들어버렸다. ‘연습이 있었다, 요청이 있었다.’ 등도 다 똑같은 예.

 

 

3.

저 같은 경우는 좀 다릅니다. -> 저는 좀 다릅니다. / 제 경우는 좀 다릅니다.

경우를 동격으로 만드는 잘못된 문장.

 

 

4.‘-대해

그 문제에 대해 나도 책임이 있다. -> 그 문제에 나도 책임이 있다.

-대해를 굳이 쓸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많이 쓴다.

 

5. 표현을 더 정확히 하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는 단어. ‘-에 대한

 

사랑에 대한 배신 -> 사랑을 저버리는 일 / 사랑에 등 돌리는 짓

노력에 대한 대가 -> 노력에 걸맞은 대가 / 노력에 합당한 대가

과대망상에 대한 증거를 찾았다. -> 과대망상을 밝혀 줄 증거를 찾았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워낙 커서 ->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이 / 성공을 향한 열망이

 

‘-대한으로 뭉뚱그리는 대신 적절한 표현을 찾아내는 연습을 하면 더욱 살아있고 구체적인 문장이 되지 않을까.

 

6.

그에게 혐의를 지우는 자료들 중 대부분을 경찰에 넘긴 사람이 바로 그의 동생이었다.

-> 그에게 혐의를 지우는 대부분의 자료를 경찰에 넘긴 사람이 바로 그의 동생이었다.

 

대부분을 넘긴 것이 아니라 자료를 넘긴 것이다. ‘대부분은 전달 될 수 없다.

 

7. ‘’, ‘’, ‘

말했다.’ 말했다.’

내가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말했다. 서술어의 주인.

나는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말했다. 화제의 중심.

 

8. ‘-에 의한

시스템 고장에 의한 동작 오류로 인해 발생한 사고-> 시스템 고장에 따른 오동작 때문에 발생한 사고

실수에 의한 피해를 복구하다 -> 실수로 빚어진 피해를 복구하다

 

9. 대표적인 외국어 표현

이렇게 말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진실을 말하자면’, ‘내가 마지막으로 을 한 지 10년이 지났다’, ‘당신은 내가 힘들 때 연락할 첫 번째 사람이다

 

10. ‘-‘-에게

-: 무생물에 붙임 -에게: 생물에 붙임

11. ‘-로부터

-: 체언이 움직여 가는 방향을 나타내는 조사

-부터: 출발점을 나타내는 조사

 

고로 ‘-로부터는 방향이 서로 어긋나는 셈이다.

 

부모로부터의 이별 -> 부모와의 이별 / 부모와 이별하는 일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는 사람들 -> 세상과 단절되어 지내는 사람들

서울로부터 온 사람들 -> 서울에서 온 사람들

 

12. 당할 수 없는 동사는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없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크게 데일 날이 있을 거야. -> 그러다가 언젠가는 크게 델 날이 있을 거야.

고기를 구워 먹고 나니 웃옷에 고기 냄새가 온통 다 배였. -> 고기를 구워 먹고 나니 웃옷에 고기 냄새가 온통 다 뱄다.

 

이미 그 자체로 당하는 일이기 때문에 피동형을 또 쓸 필요가 없다.

 

휴가가 너무 기다려진다. -> 휴가를 손꼽아 기다린다. / 휴가만 기다리고 있다.

 

내가 휴가를 기다리는 것이지 기다려지는 것이 아니다.

 

13. ‘-시키다’ ~하도록 부추기는 것.

야기시키다, 개선시키다, 연결시키다, 주입시키다, 결부시키다 등등 다 그 자체로 행위가 포함된 단어.

-> 야기하다, 개선하다, 연결하다, 주입하다, 결부하다

 

14. ‘-시켜 주다

소개시켜 주다, 발전시켜 주다, 연결시켜 주다, 만족시켜 주다

-> 소개해 주다, 발전시키다, 연결해 주다, 만족시키다

 

15. ‘사랑한다사랑을 한다

멋진 그림으로 장식을 했다: 멋진 그림으로 다른 것도 아닌 바로 장식을 했다.

멋진 그림으로 장식했다: 다름 아닌 멋진 그림으로 장식했다.

 

16. ‘될 수 있는’, ‘할 수 있는

1등이 될 수 있는 가능성 -> 1등이 될 가능성

그제야 나는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 깨달은 것이다.

마실 수 있는 것이 없어 목말라하는 사람들 -> 마실 것이 없어 목말라 하는 사람들

 

없어도 뜻이 달라지지 않으면 쓸 필요가 없다.

 

17. ‘-었던

우리말의 시제는 과거, 현재, 미래뿐이어서 한 문장에 과거형을 여러 번 쓰면 가독성도 떨어지고 문장도 난삽해 보인다.

 

웠던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복습이다 -> 배운 내용을

내가 그 강좌를 들었던 것은 다 너를 위해서였어. -> 내가 그 강좌를 들은 것은

서울을 처음 방문했던 1990-> 서울을 처음 방문한 1990

 

18. ‘-는가

-는가: 현재의 사실에 대한 물음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자신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눈여겨보았다. -> 자신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눈여겨보았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파국을 막을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 과연 어떤 방법으로 파국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19. 시작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시작점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놀람, 슬픔, 어색함, 민망함처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시작과 끝을 명시하기 어렵다.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o)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 마음이 변했다. / 마음이 차츰차츰 변해간다.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직원들이 하나둘 퇴근하기 시작했다. -> 직원들이 하나둘 퇴근했다. / 직원들이 하나둘 퇴근하고 있다.

 

20.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연스레 흘러가는 문장을 쓰려면

갑자기 나는 아버지의 삶의 수수께끼를 푸는 일에 더 이상 흥미를 갖지 않게 되었다. 내가 알고자 했던 모든 것을 이미 나는 알게 되었다.

-> 아버지 삶의 수수께끼를 푸는 일에 나는 갑자기 흥미를 잃게 되었다. 내가 알고 싶어 했던 것을 이미 다 알았기 때문이다.

 

흥미를 갖지 않게 되었다를 수식하는데 갑자기더 이상을 같이 썼다. 하나를 빼야 한다. ’흥미를 갖지 않게 되었다와 그 주체인 나는이 너무 멀리 있어 읽는데 자연스럽지 않다.

이미 다 알았기 때문이다로 고쳐 앞의 문장과 연결성을 높인다.

 

마무리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다. 문장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거나, 문장의 기준점을 문장 안에 두지 않고 내가 위치한 지점에 두게 되어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나는.....’이라고 쓰는 순간 글을 쓰는 는 이미 자신과는 다른 를 창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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