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비문학

<랄랄라하우스> 김영하 2.5

임월드 2019. 2. 2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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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김영하, 지만 사실 이 책은 별 감흥이 없었다.

본인도 어느 정도 가벼운 마음으로 썼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니었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작가님. 흑흑)

소설책을 폈을 때 느꼈던 그 두근거림을 단편집에 기대했던 내가 잘못이었던 걸까.

전체적인 감상평을 얘기하자면, ‘감상평이 딱히 없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김영하의 <말하다>는 좋았는데, 사실 <랄랄라하우스>는 김영하 팬으로서 쪼오금 실망했다.

그래도 책을 읽었으면 서평을 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니, 이대로 글을 끝낼 수는 없다.

 

 

처음

 

본의 아니게 고양이를 맡게 된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양이를 키우는 내용이 이 책의 전체 이야기구나 생각하며 기대에 부풀어 읽어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그리고는 무수한 단편들이 쏟아져 나오고 김영하의 여행 사진으로 마무리를 장식한다.

나는 고양이 나오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금방 끝나버린 게 아쉬웠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단편들은 별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지 않았고 금방 금방 넘기면서 읽었다.

단편들은 대체로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

 어느 철학자가 한 이야기, 저자의 상상 속에서 나온 이야기,

직접 겪은 이야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간1

 

물론 인상적인 에피소드, 문구들도 더러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은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입하면서 읽게 되다보니,

몇 개의 이야기들이 나를 멈추게 했다.

내가 그 자리에서 책을 덮어버린 문장.

아이들은 무리지어 다니고, 어른들은 쌍을 지어 다닌다. 그러나 노인들은 혼자 다닌다.”

아침에 집을 나서 노인정으로 향하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이상토록 슬프게 느껴졌던 날이 있었다.

 그날 오후에 이 문장을 읽게 되었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치 내 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 문장이 나를 덮쳤다.

 

 

중간2

 

또 다른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어떤 부탁이라는 이야기였.

이 글을 읽기 며칠 전에,

 친구가 자신의 동생이 졸업하고 1년 가까이 집 밖을 나가지 않는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엄마 아빠 용돈도 안 받을 정도로 밖에 전혀 나가지 않고

집 밥으로만 해결하며 하루 종일 책보고 빈둥빈둥 지낸다는 것이었다.(‘빈둥빈둥이 좀 안 어울리긴 하지만)

어디 취업할 생각도 안하고 무얼 하고 싶다고도 안 한다며 답답하다고 했다.

그런 얘기를 나눈 며칠 뒤 어떤 부탁을 읽고 나는 그 이야기 전체를 사진으로 찍어서 친구에게 보냈다.

그 이야기는 1년을 침대에서만 보낸 젊은 남자의 이야기였다.

1년 후에 어떤 아이디어를 얻었고, 한 예술가에게 인정받아 유명인사로 급부상했다는 이야기다.

 김영하는 그 이야기 뒤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면서

고립된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꼭 불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고민을 들었던 당시에는 나도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나라면 어떻게 할지 확신이 없었다.

이 이야기를 찍어 친구에게 보낸 뒤 한 마디 더했다.

꼭 예술가에게만 빈둥거림이 허용되는 건 아니잖아?”

친구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지, 이 이야기를 읽고 많이 울컥한 듯 했다.

그리고 나에게 고맙다고 전해왔다.

법륜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밖에서 술을 마시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지가 지 방에 있겠다는데 뭔 걱정이야?”

그렇다. 우리는 걱정이 너무 많다.

 

 

중간3

 

김영하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말풍선이라든가, 내 방에서 여행하는 법이라든가

비문을 유쾌하게 인용하는 것 등등.

엉뚱하고 발랄한 생각들의 창고였다.

 갑자기 든 생각은,

이런 상상을 저절로 하게 되는 것일까, 계속 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둘 다겠지.

 처음에는 이런 상상력을 풀어내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 소설가의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점점 고갈되어 가니 노력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호기심과 상상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 말은 나 이외에는 관심도 없고 관찰도 하지 않으니 더 이상 궁금할 것도 없다는 뜻이다.

렇다면 또 다시 그 말은,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하다보면

호기심과 상상력이 풍부해진다는 말과 같아진다.

영하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그런 활동에 익숙하고,

 결국엔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이어지며 돈을 벌 수 있으니

 의지를 다해서 노력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아무래도 피곤한 일이다.

런데,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스스로 창작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제는 각자 모두,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생존과 직결 될 수도 있는 시대가 왔다.

 

 

 

'감상평이 딱히 없다'가 나의 최초 감상평이었는데, 쓰고 보니 다양한 생각들을 내가 했구나.

그래도 평점은 2.5점.

정말, 가볍게 책을 읽고 싶은 분이라면 추천한다.

이런 저런 생각의 나래에 빠져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그러나 김영하는, 역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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