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야경을 보러 레지던스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밤하늘에 반짝 거리는 건물들이 앞,뒤,옆으로
조화롭게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을 아름답게 바라보았다.
올라오기 전에 유튜브에서 궤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봤던 터라,
배우자와 엔트로피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참 나'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고,
배우자는 본인이 읽은 책에서 하는 내용을 나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나는 앞에 야경 건물들을 보며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멀리 있는 건물 꼭대기에 로고처럼 보이는 빨간 삼각형에 주의가 갔다.
(아래 사진이 내가 보고 있던 야경이고, 하얀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게 빨간 삼각형 로고다)

그걸 보면서 배우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건물의 주변이 모두 깜깜해지면서
건물에서 창문 사이로 내고있는 빛과 내가 집중하고 있는 빨간 삼각형만 남았다.
그리고 모든 원근감이 사라져서
마치 종이에 1차원으로 빌딩을 이어 그린 것처럼 모든 것이 평평하게 보였다.
(아래에 미천한 그림 실력으로 묘사해놓았다)
건물 외곽의 선과 창문에서 내는 빛만 군데군데 보이는 느낌이랄까.
순간 영화 매트릭스가 스쳐갔다.
이 신기한 광경을 두고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없었기에
나는 배우자에게 곧장 말했다.
"어어 여보! 건물들이 완전 신기하게 보여 지금. 막 이상해 진짜."
그러다가 빨간색 삼각형에 주의를 거두고 집중을 푸니 다시 위의 사진처럼 건물들이 보였다.
그리고 배우자에게도 내가 했던 방법을 따라해보라고 권유했다.
"저 빨간 삼각형을 집중해서 봐봐."
배우자는 아무리 집중해도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집중한다는 느낌 보다는,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킨 상태로 눈에 힘을 푸는 것이다.
시선은 빨간색 삼각형에 고정되어 있지만
눈에 힘을 풀고 그저 멍해지는?
상태를 유지하면 곧바로 건물 전체가 어두워져서
건물 하나하나가 보이지 않고
그저 선으로만 구분해놓은 평평한 그림이 되었다.
재밌게도, 나는 그 뒤로도 몇 번 더 했는데 그 때마다 성공했다.
건물들이 계속해서 다르게 보였으며,
약간 움직이면서 비틀리거나 휘기도 했고,
전체적인 테두리의 두께감?이나 질감도 계속해서 다르게 보였다.
시선을 약간 돌릴 때마다 달라졌다.
어쩌다가 우연히,
잠깐 그렇게 보인게 아니라
그렇게 보려고 시도할 때마다 성공을 하고 계속 유지가 되니
처음해보는 경험에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림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면밀하게 재현할 수는 없지만, 정말 이런식으로 보였다.
(중간에 원기둥처럼 생긴 건물은 컬러풀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나머지는 다 까맣고 평평했다)

평소에 내가 이론으로만 배웠던 사실이 분명해졌다.
'인간은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해석한 대로 본다'
이게 사실이라는 것을 몸으로 경험한 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느낌을 기억해두려고 이 글을 쓴다.
그렇다면 진짜로 있는 그대로를 본다는 건 그 누구도 증명을 할 수 없겠구나.
'그대로를 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구나.
글로, 이론으로 배우기만 했던 것을 몸으로 경험하다니..
재밌고 신기하고 또 귀한 경험이었다.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간의 자유의지, 참 나, 프랙탈 등에 대해 대화를 하다가
내가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 그는 그냥 온 경험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게 무엇이 됐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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