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연습

우연의 해석 (글쓰기연습 642)

임월드 2020. 7. 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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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은 질문 642> 11번째 질문

 파란 물건을 가진 남자가 지금 하는 생각 

 

 

그는 옆구리에 파란색 박스를 끼운 채 서있다.

누군가를 보고 있는 듯 하지만 그쪽으로 가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겐 지금 이럴 시간이 없다. 얼른 박스를 배달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들어가지 못한다. 자신을 숨기고 싶다. 대문 앞에서 박스만 들고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가 서있는 대문 안 현관문에서 남녀 한 쌍이 나온다.

우물쭈물하는 바람에 그는 그들과 마주쳐버렸다. 그는 택배 박스를 들고 줄 듯 말 듯 어정쩡하게 서있다가 그들 앞에 박스를 황급히 내려놓고 도망치듯 나온다.

왜 하필 본인이 배달하는 그 집에 그녀가 사는지, 왜 하필 배달하는 그 시간에 그녀가 나온 건지. 그는 이 상황을 우연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삶을 본다. 그의 삶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애써 꾹꾹 눌러왔던 것들이 폭발한다. 

그의 얼굴은 부글부글 끓을 지경이다. 그는 냅다 택배 화물차 운전석에 올라탄다. 운전대에 얼굴을 묻고 눈을 질끈 감는다. 

그는 곧 얼굴을 들고 세수하듯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크게 쓸어내린다.

그리고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내쉰다. 표정이 편안해진다. 그는 이내 시동을 걸고 세고 깊게 액셀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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