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비문학

죽음의 수용소에서 _ 빅터 프랭클5.0

임월드 2020. 8. 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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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저씨는 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이 뻔해보이는 심심한 진리를, 몸소 경험하고 입증해 낸 사람이다. 이것은 단순히 '내가 해봤더니 되더라'와 같은 갑의 위치에 선 사람의 태도같은 것이 아니다. 그는 기본적인 욕구가 무시 당함은 물론이고 육체적 고통이 매일 같이 발생하는, 입에 담지도 못 할 지옥의 현장에 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가 있다'라고 말하니, 어찌 그냥 가볍게 넘길 수 있을까.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수용소에서의 일화들 속에서 발견한 삶과 죽음, 인간의 적응력, 충격과 무감각, 행복과 예술 등 다양한 감정과 인간의 군상을 얘기한다.

2부에서는 빅터 프랭클이 창시한 로고테라피의 개념과 삶의 의미, 본질, 실존 등에 관련해 정신의학적 설명을 덧붙여 얘기한다.

내가 원했던 것은 독자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는 가장 비참한 상황에서도 삶이 잠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전달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만약 강제수용소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것이 입증된다면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삶의 의미 (누제닉 노이로제) 

결국에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대다수는 실존적 공허감을 겪고 있다. 자신의 존재, 자신의 삶에 대해 의미를 계속 묻지만 그 의미를 찾지 못해 무기력과 아무 의욕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 공허감은 누제닉 노이로제로 이어질 수 있다.

누제닉 노이로제 :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의 좌절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의미는 내면이나 정신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찾아야 한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실제 행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인 결과로 밖에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성공, 돈, 자아실현 등이 그렇다.

삶의 의미 또한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절대 찾을 수 없다. 그러니까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이지?' 라는 질문만 던지며 내면으로만 파고드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구체적이고도 실체가 있는 삶에 대한 답을, 추상적인 질문으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기대다. 

 

로고테라피에 의하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

  1.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3.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삶의 의미는 이런 경험들을 하다보면 찾게 되는 것이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고민과 갈등 -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에게 수반되는 정신적 역동성

 

인간이 실존에 대해 고민하고 의미를 찾으려 하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은 병적인 것도 신경증세 질환도 아니다. 오히려 인간적인 성취로 보아야 한다. 내면의 긴장은 정신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 긴장이란 이미 성취해 놓은 것과 앞으로 성취해야 할 것 사이의 긴장, 현재의 나와 앞으로 되어야 할 나 사이에 놓여있는 간극 사이의 긴장이다. 이런 긴장은 인간에게 본래부터 있는 것이고, 정신적으로 잘 존재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삶에 대한 갈등과 고민으로 늘 괴로워한다. 하지만 이는 건강하고도 아주 인간적인 행위다. 그러니까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며, 이랬다 저랬다 시행착오를 겪어보되, 이 모든 과정이 삶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인간적인 결심이자 도전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당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책임져라 

사람은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엮여있는 인간 관계가 다르며 성장 배경도 다르다. 어느 누구의 삶이 더 힘들고 불행한지 따지고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 당장 그 상황에서 각자가 해야 할 일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 뿐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독자적이 기회이다.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면, 가치를 찾고 싶다면, 나에게 주어진 상황부터 온전히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기사나 사진, 어느 글보다 더욱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아우슈비츠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우슈비츠는 끔찍한 공간이었지만, 그렇지만도 않았다. 그곳에도 삶과 도전과 꿈과 희망이 있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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