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생각의 방 19

글쓰기의 시작은 어떻게?

쓰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노트북을 켰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서) 딱히 떠오르는 주제 없이 무작정 노트북을 꺼내 구글 문서를 연 뒤 손가락을 타자 위로 갖다 댄다면, 어떤 문장들을 쓰게 될 까? 분명한 것은 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무엇을 써야할 지 모른 채 그저 써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자리에 앉았다. ‘글쓰기는 질보다 양이다.’ 글쓰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봤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찾아본 글쓰기 관련 책에 이 문구가 없던 책은 하나도 없었다. 양을 채우려고 오늘도 일단 적고 본다. 할 말이 딱히 없으니(사실 머릿속에는 엄청 많은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일단 내가 있는 장소부터 묘사해봐야겠다. 아, 나는 묘사에 약하다. 사실 약하다고 말하는 건 적절..

생각의 방 2019.02.18

지하철, 스마트폰 좀비들

전철 안 노약자석이 아닌 일반 좌석에는 문에서 문 사이를 기준으로 총 6명이 앉을 수 있다. 나는 앉아 있었고 내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이 갑자기 하나의 풍경처럼 내게 다가왔다. 두 명은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꼭 쥔 채 잠들어있고 한 명은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지게 보며 스크롤을 올리고 있고 한 명은 계속 손가락을 왔다갔다 움직이며 화면을 응시하는데 피식피식 웃고 있다. 나머지 한명은 내가 이 글을 쓰는 사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가만히 앞을 응시하고 있다. 한 자리는 비어있다. 내 왼쪽 사람은 그 옆 사람과 떠들면서 틈틈이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람은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보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카톡을 몇 번하다 뉴스를 읽다,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스마트폰..

생각의 방 2019.02.16

할머니의 부탁

“느그 외삼촌하고 통화한 지가 오래됐다. 할머니가 누르면 전화가 안 가. 전화 좀 해다오.” 이틀 전 엄마 아빠가 모두 외출하고 난 뒤 할머니가 손녀에게 부탁했다. 그녀는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외삼촌한테 전화 좀 해다오. 내가 하면 전화가 안 가.” 이틀 후 할머니는 다시 손녀에게 부탁했다. “응 할머니, 번호 어디 있어?”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수첩을 꺼냈다. 종이가 누렇게 바랜, 아마 손녀보다 긴 세월을 보냈을, 작은 수첩이었다. 손녀는 수첩을 받고 집 전화로 번호를 누른 뒤 신호가 가는 지 확인하자마자 바로 할머니에게 수화기를 건넸다. 그리고는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어, 아들, 통화한 지가 오래 됐고 해서 말이야. 그래, 잘 있고?” 손녀는 방에 있었지만 거실에 있는 할머니의 목..

생각의 방 2019.02.15

우리는 모두 하루살이일까?

설날,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엄마, 아빠, 조카, 형부, 큰 언니, 작은 언니, 나. 다 같이 거실에 모여 엄마는 과일을 내 오셨고 작은언니와 나는 소파에, 큰 언니와 형부, 아빠는 과일이 놓여있는 작은 상을 둘러싸 앉아있었다. 아빠는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아빠의 주제는 늘 똑같다.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배부른 돼지가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회찬의 죽음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등등. 사람만 모였다 하면 이야기를 스멀스멀 시작한다. 이날의 주제는 이름하야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였다. “사람은 말이야 늘 대비를 해야 돼. 특히 요즘같이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간이 점점 할 게 없어진다 이 말이야. 나중에는 다 로봇이 해 먹을거라고. 그런데 ..

생각의 방 2019.02.14

퇴사, 한 달 남았다.

충분히 흔들린 끝에 내린 결정은 그 무엇보다 단단하며 뒤돌아보지 않게 한다. 3년 동안 몸 담아왔던 회사를 1월 말에 그만둔다. 퇴사. 이 결정을 하기까지 1년을 넘게 고민했다. 정확하게는 결정을 계속 미뤄왔다고 하는게 맞겠다. 마음속으로는 퇴사 퇴사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나 정확히 내가 왜 퇴사하고 싶은지, 넥스트 플랜이 있는지 확신이 안 선채 충동적으로 그만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내 자신이 바보같고 한심했다. 속에서는 자꾸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지만 ‘당장 그만두면 뭐 하지?’라는 질문에 확실하게 답하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첫 직장에서의 3년이란 기간은 짧지 않다. 더군다..

생각의 방 2019.01.14

읽은 책이 기억이 안 난다

읽은 책이 기억이 안 난다 나는‘독서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완독하는 책은 한 달에 두 권 정도, 읽다 중간에 그만 둔 책이 늘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독서가라고 부를 만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나에게 자부심이 깨지는 순간이 있다. 목표 권수를 못 채웠을 때? 생각보다 읽은 책이 많이 없다고 느낄 때? 모두 아니다. 읽은 책들을 떠올릴 때 혹은 누군가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기억을 하지 못하는 순간이다. 분명 읽었는데 정확히 무슨 내용의 책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상대방이 책의 한 부분을 얘기하는데 그런 부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읽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내가 그 책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겠으며 나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 짝사랑하는 것..

생각의 방 2019.01.08

하루의 시작 _ 마인드컨트롤

"힘들고 괴로운 상태를 감정 컨트롤할 수 있는 수련의 기회로 삼는다. " ​ 불쑥불쑥 올라오는 안 좋은 감정들에 휩쓸리거나 그로 인해 생기는 부정적인 생각은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 정작 힘써야 하는 일들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9년의 시작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 (올해 시작이라는 것에 의미 부여를 하니 더욱 우울했던 것 같다.) 1일이 되는 그 시점부터 우울한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잠도 잘 못 잤다. ​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하루 종일 나는 이런 상태로 밤까지 있게 되는것인가? 끔찍했다. 더군다나 연휴를 우울하게 보내야 한다니 스스로에게 용납할 수 없었다. 그토록 내가 외쳐왔던 ‘감정의 주인이 되자’라는 말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때 깨달았다. 지..

생각의 방 2019.01.01

퇴사를 고민하며_편안함 속에 만족스러운 삶은 없다.

약 3년 째 같은 직책으로 일하고 있다. 1년 째 정식 직원이 되었고 2년 동안은 별 탈 없이 일했다. 오랫동안 일하면서 회사의 한계를 느꼈다. 처음에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좋았지만 지금은 그것 때문에 그만두고 싶어진다. 너무나 견고하고 단단해서 상사들은 그 시스템이 마치 진리인냥 무조건적으로 수용한다. 절대적으로 완벽한 것은 없는데 아니, 허점이 너무나도 많이 보이는데 말이다. 하지만 의문을 제기하는 나는 그저 불만이 많은 사람으로 취급된다. 매니저가 되어서도 행복할까? 물론 새로운 직책을 맡고 새로운 업무를 상상하면 기대도 된다. 하지만 승진을 해도 그 시스템 안에서 일해야 하고 나에게는 주도권이 없다. 일하는 현장의 매니저들은 하나같이 무능력해 보인다. 큰 그림을 보기보다 그저 당장 앞에 있는 일을 ..

생각의 방 2018.12.27

기록하는 이유

인간은 과거를 선택적으로 기억한다. 대부분 큰 이벤트만 기억에 남고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내용은 잊어버린다. 기록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아서 까먹게 되버린, 그러나 지금이 되기까지 무시 못 할 영향력을 끼친 생각, 사건들을 계속 되돌아보기 위함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세상과 타협하게 되면서 잊게 될 까봐, 끊임없이 추구해왔던 가치들을 잊게 될까봐, 언제, 어떤 일 때문에 괴로워 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기억하기 위해, 가벼운 고민을 눈덩이처럼 불린 어리석음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 기록을 통해서 자신을 알게 된다. 계속 알아가야 하며 자신에 대한 앎으로 더 전략적으로 자신을 이용해 경험과 지혜를 쌓아야 한다. 죽을 때 까지 기록해야 한다. 자신만의 가치대로 인생을 ..

생각의 방 2018.12.1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