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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25

나무와 나뭇잎 (글쓰기연습 642)

105번째 질문 나뭇잎이 바라보는 나무의 모습 나뭇잎은 살아있는 동안 나무의 전체를 바라볼 수 없다. 자신보다 위아래에 있는 또 다른 무성한 잎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아니 어쩌면 나무라는 존재 자체를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내 옆, 위, 아래의 가지와 잎들만이 내 동료들이며 그들이 죽기전까지 내가 볼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나뭇잎이 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여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일 것이다. 해가 수천번 뜨고 지는 동안 항상 자리잡고 있던 그 위치에서 처음으로 벗어나 아래로 향하는 동안 마치 우리가 높은 빌딩을 아래에서 쳐다보듯 그렇게 나뭇잎도 고개를 젖혀 나무를 바라볼 수 있다. 또는 바로 바닥으로 곧바로 떨어지지 않고 바람에 휘날려 나무에서 살짝..

글쓰기연습 2020.09.05

확률과 희망 (글쓰기연습 642)

55번째 질문 돈뭉치를 발견하다 누구나 그런 꿈을 한 번 씩 꾼다. 지나가다 돈벼락 한번 맞아보는 꿈. 실제로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다들 그런 기사는 가끔씩 봤을 것이다. 길을 가다 돈다발을 주은 사람, 현금이 두둑히 들어있는 지갑을 주은 사람.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분명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기사에 나왔다는 것은 주은 사람이 경찰서에 되돌려줬기 때문일 것이고 기사에 나왔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찰에 알리지 않고 줍줍한 익명의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어쩌다 한 번씩 기사로만 접할 수 있는 수준의 기적같은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희..

글쓰기연습 2020.08.25

최고급 호텔의 바퀴벌레 (글쓰기연습 642)

34번째 질문 최고급 호텔의 바퀴벌레 최고급 호텔의 바퀴벌레는 두 발로 서서 걸어다닌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자신들만의 통로로 다니지만, 최고급 호텔답게 항상 턱시도 복장으로 다닌다. 그것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화장실 수도관 관리다. 호텔 곳곳에 연결되어 있는 파이프라인 내부를 돌아다니며 위생을 관리한다. 기생충이나 각종 벌레들이 수도관 내부에 돌아다니는지 감시하며 발견 즉시 더듬이에 장착되어 있는 살균 장치로 벌레들을 그 자리에서 소멸시킨다. 호텔의 바퀴벌레들은 철저하게 훈련받은 고급 인력이다. 따라서 바퀴벌레들은 스스로를 애벌레, 날파리, 기생충과는 다른 종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훈련받은 대로 24시간 동안 교대를 서가며 다른 벌레들의 수도관 침입을 막기 위해 엄격히 관리감..

글쓰기연습 2020.08.22

외로움과 희망 (글쓰기연습 642)

63번째 질문 붉은색 옷을 입은 인물이 지금 하는 생각 저녁 8시, 하늘이 깜깜해지는 시간, 비가 추적추적 오고있다. 한 여자가 무릎 길이의 빨간 브이넥 쉬폰 원피스를 입고 있다. 옷에는 조그만 우산 모양의 그림이 바둑판처럼 그려져있다. 그 여자는 우산을 쓰고 편의점 문 밖에 세워져있는 파라솔 아래에 서있다. 우산을 쓰고 그냥, 그렇게 서있다. 5분만 더 걸으면 집에 도착하지만 어쩐지 그녀는 한걸음도 내딛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이 빨간 원피스처럼 화려하고 빛나는 삶을 기대했으나 현실은 비에 젖자마자 떨어져 걸을때마다 발가락 아래에서 덜렁거리는 이만원짜리 샌들의 밑 창 같았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녀는 자신이 담배를 필 때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골목길에 숨어서 ..

글쓰기연습 2020.08.18

진정한 자유 (글쓰기연습 642)

60번째 질문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한창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면서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좋은 일'들을 생각했었다. '60평대 천장이 높은 깔끔하고도 푸근한 집에서 매일 새벽 5시에 기상, 길고 넓은 식탁에서 커피타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미라클모닝 루틴을 끝내면 아이들 아침을 차려준다.' '나는 글쓰는 프리랜서이자 작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ceo다.'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청년, 어른들을 위해 후원하는 후원가이기도 하다.' '경제적 자유를 이뤘기 때문에 돈을 버는 일보단, 어떻게 하면 이 많은 돈을 좋은 곳에 투자하고, 좋은 사람들을 위해 후원할지를 더 생각한다.'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바로 내 자신을 능숙하게 컨트롤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자기관리의 '신'..

글쓰기연습 2020.08.16

이상한 것 속의 진실 (글쓰기연습 642)

31번째 질문 친구가 전화를 해서는 당신이 어제 경찰차 안에 있는 걸 봤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어제 나는 여느 때와 같이 7월의 여름 햇살을 받으며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전날 장대비가 내려서 그런지 하늘은 새파랗고 어느 때보다 태양을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나는 집을 나와 동네의 작은 공원을 지나 대로변의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경찰차가 서더니 경찰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내려 나에게 다가왔다. 한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신고가 들어와서요, 아가씨가 여기 너무 오래 서있어서 이상하다는 신고가요." 나는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했다.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래서 이 말 밖에는 내뱉을 수가 없었다. ..

글쓰기연습 2020.07.28

<서평쓰는법>_이원석(요약,정리)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필히 글쓰기에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된다.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잘 정리하고 순간 떠오른 영감을 생생하게 기록하며, 책에 대한 자신의 독립된 의견을 설득력있게 쓰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독서를 많이 해야 글도 잘 쓸 수 있다. 반대로 글도 잘 쓸 수 있어야 그만큼 책도 잘 읽을 수 있다. 나의 의견을 명료하게 피력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글로 풀어 쓸 수 있는 사람이 그만큼 독서를 할 때도 자신만의 기준으로, 비판적이고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독서와 글쓰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쓰는 이 글은 서평이 아니라 이 책을 요약한 정리글이다. (서평이 무엇인지 배워버린 한, 함부로 서평이라고 말을 못하겠다) 서평의 본질 서평과 독후감 우선..

책방/비문학 2020.07.25

우연의 해석 (글쓰기연습 642)

11번째 질문 파란 물건을 가진 남자가 지금 하는 생각 그는 옆구리에 파란색 박스를 끼운 채 서있다. 누군가를 보고 있는 듯 하지만 그쪽으로 가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겐 지금 이럴 시간이 없다. 얼른 박스를 배달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들어가지 못한다. 자신을 숨기고 싶다. 대문 앞에서 박스만 들고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가 서있는 대문 안 현관문에서 남녀 한 쌍이 나온다. 우물쭈물하는 바람에 그는 그들과 마주쳐버렸다. 그는 택배 박스를 들고 줄 듯 말 듯 어정쩡하게 서있다가 그들 앞에 박스를 황급히 내려놓고 도망치듯 나온다. 왜 하필 본인이 배달하는 그 집에 그녀가 사는지, 왜 하필 배달하는 그 시간에 그녀가 나온 건지. 그는 이 상황을 우연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

글쓰기연습 2020.07.18

필사하기 5 <자유론>

우리는 지금까지 네 가지 분명한 이유 때문에 다른 의견을 가질 자유와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인간의 정신적 복리를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정신적 복리는 다른 모든 복리의 기초가 된다). 그 내용을 다시 한번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첫째, 침묵을 강요당하는 모든 의견은, 그것이 어떤 의견인지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진리일 가능성이 있다. 이 사실을 부인하면 우리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음infallibility을 전제하는 셈이 된다. 둘째,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이 틀린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일정 부분 진리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일이 아주 흔하다. 어떤 문제에 관한 것이든 통설이나 다수의 의견이 전적으로 옳은 경우는 드물거나 아예 없다. 따라서 대립하는 의견들을 ..

책방 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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